기사제목 [칼럼]가벼움의 허전한 퇴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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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가벼움의 허전한 퇴로

기사입력 2019.06.12 10: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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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리 좋은 무대를 꾸미고 내려와도 대중의 앞에서 물러서는 사람의 뒤태는 어딘가에 두려움과 삭막함이 깃든다. 30년을 넘게 방송인으로 대중강연자로 활동한 필자도 아직도 방송이나 강단에서 내려올라 치면 돌아서는 다리가 무겁다. 그처럼 대중 앞에 서면 사람은 평소와 다른 변장한 모습으로 등장하여 때론 사실을 과장하거나 때론 자신을 포장하거나 심지어 청중의 마음을 어딘가로 조장하기 쉽기 때문이다.

요즘 상당한 재주나 식견을 갖추고, 그러나 언사가 체질적으로 직설적이며 현시적이며 조금은 전위적인 신 주류(?)의 유명인사들이 기존 질서를 깨트리는 통쾌함을 뽐내며 방송이나 사회관계망(SNS)을 타고 정치, 문화, 교육, 예능 전반의 여기저기에서 대중 사이를 휘 집고 다닌다. 혹자는 국가권력의 자리를 놓고 공개적인 사양을 하는 사람도 있고, 어떤 이는 국내외 전문가들도 통찰이 어려운 복잡한 상황이나 주제를 놓고 세상 적인 재미나 치기어린 비하의 잣대로 쉽게 지성적 여론을 주무른다. 물론 그들의 실력이나 진정성을 의심하는 것이 아니라, 대중적 분위기에 스스로 호도(mislead)하기 쉽다는 말이다. 소위 미필적(wilful negligence)으로 또는 즉흥적으로 분위기에 갇혀서 자신도 모르게 오버하기 쉽다는 기우이다.

그들은 깊이 있고 균형감 있는 정론을 주고받는 의정이나 교단이나 언론 앞에서도 정제된 말이나 절제된 언사를 잘 사용하지 않는다. 자기 눈에 보이는 것만 말하고, 끼리끼리 느끼는 것을 전하며, 자신의 언행을 스스로 과감히 다룬다. 보이지 않는 것, 감추어진 이면의 사상이나 심정은 잘 헤아리지 않는다. 기본적으로 기분이나 내심을 참는 일을 잘 못하는 경향의 사람들이다. 저 사람들도 언젠가 그들의 역할이 끝나면 분명 그 자리에서 내려 올 텐데 그 때 찾아오는 자기기만과 총체적 허망함을 어찌 감당할까 싶다. 은근함이나 끈기나 양보나 타협을 민족의 고유한 정서로 알고 살아가는 더 많은 국민들의 마음을 알까 싶다.

역사는 어느 한 시절에 파괴적이고 혼돈의 시대는 반드시 있다. 그래서 역사가 그 진통 속에서 더 폭넓고 진지하게 발전한다, 그러나 그 시대를 잠시 주름잡던 결과적으로 경망하게 된 사람들은 대체로 일그러진 모습으로 비사(behind story)에 남는다.

상장기업을 분석하고 평가하는 일을 오래 하다보면 기업경영에서도 그런 경영리더십을 발견하게 된다. 사업을 하려는 사람은 먼 후일의 수요를 항상 생각해야 한다. 그리고 그 창업의 준비를 오래도록 공을 들여야 한다, 그러나 누구는 왕년에 가설극장 지방순회 공연 하듯이 쉽게 천막을 세웠다가 허물고, 좋다는 소리만 듣고 이 동네, 저 동네를 정처 없이 떠돌아다닌다.

작은 기업들이라도, 역사도 일천한 회사들이 업종이나 사업의 방향을 표시하는 정관의 목적사업을 보면 요즘 세상에 좋다는 사업이나 아이디어는 거의 적어두고 있다.

그런데 요즘 삼성이 바이오사업 진출 이후 연이은 곤혹을 치루고 있다. 분명 그들의 바이오 사업진출은 준비가 부족했고, 타이밍을 놓치지 않으려고 너무 서두른 것 같다. 그들은 과거 가전사업이나 건설업이나 조선업이나 중전기사업 진출 때도 그랬다. 하지만 남들이 좋은 사업이라고 삼성이 다할 이유는 없다. 삼성이 잘 할 수 있고 오래 전부터 실력이 쌓인 곳에서 할 일 찾아도 얼마든지 있다. 
긴 세월 고생하여 이룩한 웅진그룹이나, 남매사업가의 성공스토리인 이 랜드 그룹이 대체로 근년에 들어와 재무적으로 고전을 하는 것은 갑자기 자신들이 잘 모르는 분야에 대규모 투자로 들어가서 일어난 사단이다. 두 회사는 모두 열심히 일하는 열정적인 사람들의 가치가 모여서 현금 유동성으로 만든 기업인데, 어느 날 토지와 건물을 사고 시설투자와 고정성 재고가 많은 일을 여기저기 벌이면서 어려움이 생겼다.

1964년 창업한 신흥이란 오래 된 상장사가 있다. 매출액이나 총자산이나 시가총액이 1000억 원대에서 1500억 원대의 중견기업이다. 치과용 재료와 설비를 만들어 파는 기업이다. 요즘으로 말하면 바이오헬스기업이다. 그들은 많은 자기자본이익(ROE)도 내지 않는다. 그러나 2-3%의 자산수익(ROI)을 안정적으로 내는 고유한 시장을 가지고 살아왔다. 부채는 50% 정도이고 기업 내부의 자기자본도 900억 원에 이른다.

산하의 계열사도 유사 치과의료 사업의 연장이다. 캐피탈 사업을 하는 것은 사업규모에 비해 자본유출이 작고 내적인 자기자본을 충실히 하는 현명한 재무적 판단으로 보인다. 주가는 매우 변동이 낮다. 그래서 베타계수가 아주 낮다. 마치 우량한 채권 같은 주식의 모양새이다. 이런 기업의 오랜 경영철학을 보면서 돈이나 권력 앞에서 가볍게 살지 말자는 생각을 자주 하게 된다.
재무적으로 우량하고, 수요가 장기적이며, 주가변동이 낮은 기업을 찾는 사람이 그 유명한 워렌 버핏이다. 그 분과 자선기부용 점심을 하게 되면 이 말을 해준다. 이번에 마주 앉아서 식사하는 사람은 점심 값으로 한 끼에 42억 원을 냈다.
 
[엄길청 글로벌경영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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